2009. 5. 15. 10:00

초식을 나누다.

각기 몸에 한자루의 칼을 지닌 두명의 고수가 어느 한적한 산길에서 만났다.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상대를 뚤어지게 바라보다가, 채 몇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은 다시 몸을 움직이여 가던 길을 가기 시작한다.
남은 다른 한사람은 무엇엔가 홀린 듯, 한참을 그 자세로 서있다가,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 어느 양지바른 곳에 자신의 칼을 묻고는 조용히 해가 지는 산자락을 향해 떠난다.


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으니...

지난 비오는 월요일,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던 중 막 골목을 빠져 나오는 찰라... 어떤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잠시만요."
나는 그 남자를 쳐다 보았고, 그도 나를 쳐다보았다. 채 1초도 되지 않은 짧은 순간 서로를 보다가 그냥 가던 길을 갔다.

대략 그 남자의 포스는 "도를 믿으십니까?"였고, (나는 그들에게 유난히도 잘 걸리는 타입의 인간이라 그 놈들 중의 하나가 틀림없으리라...) 그의 정체에 대한 본능적인 확신이 드는 순간 눈에 에너지를 모으고 게임은 그렇게 끝났다. 뭐 확인은 불가하다. 말을 주고 받질 않았으니... ㅋㅋㅋ

간만의 대회전이었으나, 순식간에 주고 받은 눈빛 속의 짧은 초식으로 상황은 정리가 되고...

길에서 그런 잡것들을 만날 때마다 불쾌감에 치를 떨었으나, 간만의 작은 승리를 거뒀다.

통쾌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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