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6. 15:34

I'm not there

성탄 기념으로 밥딜런의 전기 영화라는 "I'm not there"를 봤다.
고작 그의 노래 서너곡 알고,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는 이유로 그의 팬이라서 이 영화를 봤다면 뻥이고, 故 히스레져의 영상이라하여 마눌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뭐 단순하게 얘기하면, 빠들을 위한, 빠들에 의한, 빠들의 영화이다.

밥딜런이라는 인물에 대한 직접인 내용은 하나도 없이 밥딜런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솔직히 밥딜런에 대한 전기영화라는 정보가 없이 접근했다면, 이게 무엇에 대한 영화인지도 몰랐을 듯 싶다. 물론 극중 극 형식의 페이크 다큐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제 인물과 인명을 차용했으므로, 그들의 공통 분모가 누구인지를 찾는다면 그가 바로 밥딜런임을 알 수 있겠지만 빠가 아니고서야...

그러나, 빠가 아닌 이유로 불완전한 이해를 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밌었다.
서로 다른 배우들의 연기하는 한 인물의 변천사와 그를 둘러싼 시대상들...
변해가는, 변할 수 밖에 없는 그와 항상 같은 모습의 세상들...
뭐랄까 다소 엉뚱한 감상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이 그걸 고려했나는 모르겠다만...)

영화속의 60년대, 70년대 그리고 밥딜런이 꿈꾸는 빌리 더 키드의 세상도 서로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무한 반복일 뿐... 내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세상, 사회... 이런 것들은 그냥 회전목마처럼 계속 그 자리를 돌아가는 것 뿐, 나아지는 것도 없으며 뭔가 나아진다는 것도 그저 개인과 사회의 착각이라는 것...

왜 사회는 공통의 선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까라는 괴로움이 그냥 자연스레 사라졌다.
원래 그런 것이라는... 해가 뜨면 낮이 오고, 해가 지면 밤이 된다. 태어나면 죽는다. 이런 자연스러움...

땅위를 기던 인류가 우주를 다녀와도, 여전히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고 있으며,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도 간단하게 수만명을 죽여버릴 수 있는 기술도 함께 늘어왔다. 사회적인 good과 bad 포지션의 합은 언제나 0이라는 기분...

포기가 아니라, 이해라고 할까...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머 영화를 자세히 분석할 지식이 없으니... 그냥 이런 감상밖엔...

언제나 0으로 수렴되는 사회라는 깨달음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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