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1. 14:17

싸이를 위한 변명

일단 싸이는 끝장났다.

워낙 극적인 반전에 강한 타입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의 정서상 군대를 다시 가지 않은 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을 것이다. 혹 싸이가 주장하는 자신의 억울함이 어떤 형태로든 벗겨져도 그의 대중에 대한 복권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부유한 집 자손이니 먹고 사는데는 큰 지장은 없겠으나... 그의 직업은 끝장난 셈...


그래도 군대를 또 가다니.. 아오... -_-

나라면 그냥 죽어버리고 말겠다.


평소에 참 안되는 외모로 연예계의 한 귀퉁이에서 아둥바둥 버티는, 그러면서도 괴변에 가까운 말빨을 날리는 그런 인간이라는 이미지가 참 강한 사람이었지만, 한편 입으로는 정도를 얘기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선 사도도 마다하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항상 풍기는 타입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탈출하기는... 영...


어쨌든 이것은 싸이가 뿌린 씨앗의 열매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 대.한.민.국에서 군대로 장난을 치다니... 이건 이해고 나발이고 없다.

사죄의 길은 병역을 다시 제대로 하는 것뿐... 거기에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하긴 힘들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병역을 했으며, "가진 자"라는 이미지가 있는 싸이로선...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동의를 구하긴 정말 쉽지 않다.


알량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으로 병특을 가다니... 와우 초대박 아이디어다.

어디 게임회사라면 거기서 게임 음악이라도 맹글어 넣기라도 했을텐데.. 그도 아닌...

이게 어디 말이나 되나?

처음에 듣다보니 제도가 참 족같이 웃기드라.


근데... 여기서 싸이의 죄는... 너무 얍삽하게도 그 제도를 열심히 이용한 것 뿐이다.


이미 서류들이 공개되었지만, 그는 적어도 서류상에선 하등의 문제없이 병역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왔으며 정상적으로 복부를 마쳤음이 명백하다.

이미 나라가 그의 복무가 정당함을 증명해 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싸이의 삼촌이 싸이가 근무했던 회사에 돈질을 했던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라나 모르겠다.

그렇다한들 근무 자체는 서류상으론 성실했던 싸이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인가?

싸이가 병특 근무를 헐렁하게 해서 군대를 다시 가야하는 상황은 감사때마다 돈질을 해서 헐렁한 근무 태도를 무마했거나, 회사의 묵인/방조 속에 대충 병특을 했을 경우이다.

근데 지금까지 그렇게 했다는 증거가 있나? 없다. 참 골때리는 상황이다.


더구나 싸이는 이런 족같은 병특제도를 얍삽하게 이용했던 거의 첫 케이스라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온 편이었고, 언론에서도 굉장히 주목했던 케이스였다. 실제 아무리 얍삽한 그이지만 배째고 지 족대로 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그런대도 지금 모두가 돌과 몽둥이로 무장하고 싸이를 치고 있다.


허점투성이의 제도였지만, 그 제도에 정확하게 따른 사람이 그 제도의 결함을 대신 십자가를 지고 처벌을 받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길을 막고 물어보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고, 관리 감독했던, 하고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저리 당당해도 되는 것인가? 그들의 잘못은 누구에게 물어야하는 것인가?


지금 상황은 싸이 하나를 처단함으로 해서 모든 것을 묻어버리고 싶어함이 역력하다.

얍삽한 분위기의 부유한 인기 연예인. 얼마나 좋은 가?


난 단적으로 얘기해서 군대는 사돈의 팔촌을 팔아서라도 편하게 갔다가 오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싸이의 선택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라에서 녹색 신호등을 켜고 이리 달려도 좋소라고 한 게 아닌가?

싸이가 돈질로 병특 생활을 했거나, 업무를 빵꾸를 내고 행사를 뛰었다면... 이 포스트 자폭하고 사과문 올리겠다.

그러나 제대로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자기 일 한게 지금 와서 범법자가 되어야할 이유인가?


나불거림에 비해 행실이 가볍고 얍삽하지만, 제도와 나라의 책임을 싸이가 다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적인 절차를 밟아가는 싸이에게 지지를 보낸다.


다음부터 좀 진중한 태도로 살기를 바라며... 힘내라. 싸이.